교육학

조교수 7년, 실패의 기록 (권창현 교수님)

나희증 2023. 5. 3. 22:48

저는 조교수 생활을 7년동안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종신계약을 위한 테뉴어 심사를 통과하여 부교수로 승진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얼마전에 받았습니다. 한숨 돌렸네요. 제가 원하던 것을 이루었으니 작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교수 생활 7년 동안 많은 실패가 있었습니다. 다른 것들은 둘째 치고, 논문을 저널에 출판하기 위해 투고 했다가 거절 당하는 일은 부지기수였으며, 연구 자금을 지원 받기 위해 연구 제안서를 냈다가 선택 받지 못한 일도 매우 많습니다. ‘거절’과 함께 하는 삶입니다. 어떤 종류의 거절이든 선택 받지 못 하면 그 후유증이 상당합니다. 아무리 자주 거절 당해도 도저히 익숙해 지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주 동안 우울하게 지냅니다.

학계에서는 동종 업계 사람들의 성공의 기록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교수들은 개인 홈페이지가 있고, 화려한 경력과 업적을 뽐냅니다. 연구 자금을 지원하는 각종 연구 재단에는 선택받은 사람들의 기록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 논문 데이타베이스에는 출판된 논문들의 목록과 인용횟수등이 아주 상세하게 나옵니다. 그런 기록들을 보고 있으면 저만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조급함이 더 해지고 또 며칠 우울해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매우 부끄러운 일이지만, 제 거절의 역사, 혹은 실패의 기록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승진 심사에 대한 압박으로 마음이 조급해져서 제대로 되지 못한 결과물을 여기저기에 보냈던 제 조바심과 다급함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여러가지 반응들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1. 야, 너 진짜 힘들게 산다. 열심히 살아라.
2. 이 사람 진짜 허접하네. 이 사람도 잘 사는 거 같은데, 나도 잘 살 수 있겠다.
3. 나만 이렇게 거절 당하며 사는 거 아니구나. 다행이야.

3번이 아니라 2번의 반응이길 바랍니다.

논문

먼저 논문입니다. 정렬은 제 마음대로 아무 순서 없이 했습니다. 저널1이라고 해서 다 같은 저널은 아니고, 단지 그 논문을 첫번째로 제출한 저널이라는 뜻입니다. 제 처참한 실패의 기록입니다.

논문a – 저널1 실패, 저널2 수정x4, 저널2 성공
논문b – 저널1 수정, 저널1 성공
논문c – 저널1 수정, 저널1 성공
논문d – 저널1 실패, 저널2 수정x3, 저널2 성공
논문e – 저널1 수정x2, 저널1 성공
논문f – 저널1 실패, 저널2 수정x2, 저널2 성공
논문g – 저널1 실패, 저널2 수정x2, 저널2 성공
논문h – 저널1 수정, 저널1 성공
논문i – 저널1 수정, 저널1 실패, 저널2 실패, 저널3 실패, 저널4 수정x2, 저널4 성공
논문j – 저널1 수정x2, 저널1 성공
논문k – 저널1 실패, 저널2 수정x2, 저널2 성공
논문l – 저널1 실패, 저널2 실패, 저널3 실패, 저널4 실패, 저널5 실패, 저널6 수정x4, 저널6 성공
논문m – 저널1 실패, 저널2 수정x2, 저널2 성공
논문n – 저널1 실패, 저널2 실패, 저널3 실패, 저널4 수정, 저널4 성공
논문o – 저널1 수정, 저널1 실패, 저널2 수정, 저널2 성공
논문p – 저널1 수정, 저널1 실패, 저널2 수정, 저널2 성공
논문q – 저널1 수정x2, 저널1 성공
논문r – 저널1 실패, 저널2 수정x3, 저널2 성공
논문s – 저널1 수정, 저널1 실패, 저널2 수정x2, 저널2 성공

몇 번 제출하고 수정하다가 심각한 오류를 발견하고 포기한 논문도 세 편 있습니다만, 이 리스트에는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지금 현재 투고해서 심사 중인 논문들도 꽤 있는데, 그 논문들도 역사가 상당합니다. 역시 이 리스트에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박사과정 중에 제출했던 논문도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논문l의 경우는 특별히 처참합니다. 저널을 6군데나 거쳤습니다. 하지만 저 긴 시간을 지나면서 제가 자랑스러워 하는 논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슬프네요.

제안서

제안서는 더 참혹합니다. 논문과 달리 제안서는 대체로 ‘수정’해서 다시 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없습니다. 수정해서 다시 제출하면 그냥 새로 제출하는 것과 같습니다. 연구 재단에 따라서는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런 연구 재단을 겪어보진 못 했습니다. 제안서가 선택 받지 못 한 경우에는 수정해서 같은 재단에 다시 내기도 하고, 다른 곳에 다시 내기도 합니다. 제안서를 수정 할 때는 아이디어가 크게 바뀌기도 하고 내용을 조금 더 충실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어서, 같은 제안서인지 다른 제안서인지 구분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라, 제가 제 마음대로 적당히 구분하였습니다. 큰 의미는 없습니다. 어차피 얼마나 실패 했는지 보여드리기 위해서니까요.

제안서 역시 아무 순서 없이 정렬 되어 있습니다. PI 아래에 분류한 제안서는 제가 주도적으로 제안서를 작성해서 제출한 경우이며, Co-PI아래에 분류한 제안서는 제가 참여한 제안서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혼동이 되기도 하여, 적당히 분류했습니다.

PI
제안서b – 실패, 성공
제안서d – 실패
제안서e – 실패
제안서h – 실패
제안서i – 실패, 성공
제안서j – 실패
제안서k – 실패, 실패, 실패, 성공
제안서o – 실패
제안서p – 실패, 실패
제안서r – 실패
제안서u – 실패
제안서v – 성공
제안서z – 성공

Co-PI
제안서a – 실패
제안서c – 실패
제안서f – 실패
제안서g – 실패, 성공
제안서h – 실패, 실패, 실패, 성공
제안서l – 실패, 실패
제안서m – 실패, 실패, 실패
제안서n – 실패
제안서q – 실패
제안서r – 실패
제안서s – 실패, 실패
제안서t – 실패
제안서x – 실패, 실패, 성공
제안서y – 성공

제안서는 분류가 꽤 어려워, 위의 기록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대충 얼마나 거절 당했는지만 보시면 됩니다.

 

다시 한 번, 대단히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꽤 만족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논문과 제안서 실패로 밤잠 못 이루시는 분들께 위안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